무엇을 위해서 호주로 떠나는가?
처음에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던 이유는 해외에서 혼자 살아본 경험 때문이다. 그저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놀고, 여러 사람을 만나 사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았다. 사람들은 각자 사는 삶이 너무나도 다양하고,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살고 있다. 누군가 사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내가 몰랐던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하기도 했고,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은지 또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경험/돈/영어
사람들이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이유는 각각 다르다. 나는 굳이 정해보자면 경험>영어>돈?
영어는 가면 어느 정도는 늘거라 생각했는데, 영어를 완벽하게 공부해 놓고 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심지어는 호주로 오기 전 필리핀이나 동남아 국가에서 한 달 정도 어학연수를 받고 오는 사람들도 종종 봤다. 뭔가 그런 글 보고 난 후로 불안해져서 일상생활에서 쓰는 영어들 조금 공부했었다..ㅋㅋ
호주에서 생활하면서 목적이 조금씩 계속 바뀌었던 것 같다. 어쩔 땐 경험>영어>돈 또 어쩔땐 영어>경험>돈 또 어쩔땐 돈이 1순위가 되었던 적도 있었는데 어쨌든 난 결과적으로 경험> 영어> 돈이었다.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어찌 됐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려면 영어는 필수적으로 따라왔기에 영어실력을 높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것 같다.
호주는 시급이 높고 돈을 모으려면 생각보다 쉽게 모을 수 있는 것 같다.
웨어하우스에서 일을 했을 때 통장에 주급이 쌓일 때마다 모으고 싶은 욕심도 났었다. 이 돈을 모아서 다른 나라로 한 달 살기를 해볼까? 아니면 호주를 한꺼번에 여행해 볼까? 나중에 하고 싶은 게 생기면 그때 나에게 필요한 돈이 되진 않을지?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렇게 모으기만 하다 보니까 너무 몸도 마음도 너무 지치고 내가 호주에 왜 왔는지 점점 방향성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일도 하기 싫어지고 짜증도 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지경에 다다랐던 적도 있다. 처음부터 돈이 목표였다면 참고 견뎌냈을 건데, 여행을 너무 좋아했던 나는 이렇게 여행할 곳이 많은 호주에서 워킹만 하다가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후엔 내가 원하던 생활을 점점 찾아갔다. 한 달에 두 번은 꼭 여행을 갔다. 매번 다른 여행지가 아니더라도 갔던 곳을 또 가도 또 새로웠고, 가볼 곳도 너무나도 많았다. 게다가 퀸즐랜드 날씨가 여름이라도 습하지가 않아서 여행 다니기 딱 좋았기도 하고!

20대는 내가 진정으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들하고 살기
한국에서는 뭘 해도 즐겁지 않았다. 밖에서는 늘 웃고 있지만 뭔가 속은 비어있는 기분이랄까, 대학교에 입학했는데 내가 원하던 과가 아니었지만 나름 배우는 내용이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내가 이렇게 공부해서 취직을 하면 행복하게 살까 의문이 들었다. 이대로 졸업을 하면 취직을 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찾을 기회조차 사라질 것만 같았다. 그냥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걸 한 번 시작해 보자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내가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해외살이를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도전하게 되었던 거다.
애초에 돈이 목표였다면 악착같이 모았겠지만, 나 이제 막 고등학교 졸업하고 호주로 떠나왔는데 벌써부터 이렇게 악착같이 돈만 따라가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세상을 더 알아가면서 내가 뭘 할 때 행복한지 아는 게 나한테 더 중요한 일인 거 같았다.
그냥 나는 한국에 돌아왔지만, 정말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내 20대를 보내고 싶다.
좋아하는 여행 가고, 여행지에서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이게 내 행복인 거 같다.
한국에서 살 때는 20대 후반에 대학교에 입학하면 진짜 늦었다 생각했었는데 그것도 또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늦게 시작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 시선 신경 쓸 것도 없고. 그냥 이게 내가 첫 해외살이에서 배운 것이다.
난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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